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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2016)] 의문의 살인과 마을에 퍼진 악의 기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오컬트 스릴러 영화

by 블지니자나 2025. 6. 1.

2016년 개봉한 영화 ‘곡성’은 나홍진 감독 특유의 밀도 높은 연출력과 복합적인 상징으로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는 외지인의 등장 이후 벌어지는 연쇄 살인과 마을 전체에 드리운 공포, 그리고 믿음과 불신, 악과 선의 모호한 경계를 다룬다. 관객에게 단순한 스릴 이상의 심리적 혼란과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며, 지금까지도 ‘해석하는 영화’로 회자되고 있다.

영화 곡성 후기
영화 곡성 후기


1. 줄거리 요약과 혼란의 시작

‘곡성’은 시골 마을 곡성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 사건들로 시작된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마을이 외지인의 등장 이후 잇따른 잔혹한 범죄에 휘말리며, 경찰인 종구(곽도원 분)는 이를 수사하게 된다.

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폭력이 아니라, 광기와 집단적 증상이 동반된 초자연적 양상을 띠게 되며 점점 수수께끼로 변한다. 특히 종구의 딸 효진마저 원인 불명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개인적 차원으로 깊게 들어간다. 사건의 중심에는 일본인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 존재하고, 그를 의심하는 주민들과 수사 당국의 시선은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마치 퍼즐처럼 다양한 인물과 단서를 던지며, 단선적 진실이 아닌 복합적인 의심의 구조를 형성한다.

이처럼 ‘곡성’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추리물이 아닌, 무엇을 믿고 누구를 의심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영화다.


2. 인물과 상징: 종구, 외지인, 무명

‘곡성’의 중심에는 세 명의 핵심 인물이 있다. 경찰 종구는 평범한 가장이자 공무원으로, 사건이 자신의 가족에게로 번지자 이성보다는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그는 관객과 같은 위치에서 정보를 수집하며 의심하고 오판한다.

외지인 일본인은 영화의 미스터리 그 자체다. 그는 말이 없고 낯설며, 마치 악의 실체처럼 묘사되지만 끝까지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다. 또한 샤먼 일광(황정민 분)은 초자연적 존재와 인간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로, 중간에서 정보와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이 역시 믿을 수 없다. 특히 정체불명의 여성 ‘무명’(천우희 분)은 가장 신비로운 존재로, 악을 막는 존재인지 유혹하는 자인지 끝까지 확신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인물 하나하나가 상징과 이중성을 품고 있으며, 각자의 행동과 대사가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이는 영화의 오컬트적 요소와 종교적 상징을 더욱 강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3. 종교적 해석과 오컬트 요소

‘곡성’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종교적 해석의 여지가 매우 풍부한 작품이다. 영화에는 기독교, 무속신앙, 불교적 이미지까지 다층적으로 등장하며,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복잡한 해석을 유도한다.

예컨대 외지인의 존재는 성서 속 악마의 속성과 유사하고, 무명의 존재는 수호천사나 신적 존재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샤먼 일광은 구마 의식을 행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의심스럽고 결과적으로 혼란을 가중시킨다. 특히 구마 장면은 양쪽에서 동시에 의식이 벌어지며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나홍진 감독은 이러한 방식으로 종교에 대한 절대적 신념이 아닌, 인간의 믿음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위태로운지를 보여준다. 결국 종구는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그 결과는 치명적인 비극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이처럼 신과 악마조차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4. 연출과 미장센, 그리고 관객과의 심리 게임

‘곡성’은 미장센과 연출 면에서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다. 어두운 조명과 음습한 분위기, 간헐적으로 들리는 짐승 소리와 빗소리는 시골 마을의 평화로움 속에 깃든 공포를 더욱 부각한다.

카메라는 종구의 시선을 따라가며, 관객도 그의 혼란과 공포를 함께 느끼게 된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 펼쳐지는 구마 장면, 무명의 등장과 같은 장면들은 연출적으로도 고전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영화가 단지 한국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오컬트 문법을 차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홍진 감독은 관객에게 단 하나의 답을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관객이 능동적으로 해석하도록 설계했다.

영화의 결말은 충격적이면서도 열려 있으며, 이후에도 수많은 해석과 논쟁을 낳았다. 이는 곧 영화의 내러티브 구조가 단선적 설명이 아닌, 심리 게임과 퍼즐에 가깝다는 의미다. ‘곡성’은 영화를 본 후에도 생각하게 만드는 드문 작품이다.


영화 ‘곡성’은 단순한 오컬트 스릴러가 아니라, 인간의 믿음과 본성, 그리고 악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완벽한 연출, 심리적 긴장감, 상징과 해석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단 한 번의 감상으로 끝내기 어렵다.

여전히 해석이 분분한 영화 ‘곡성’을 통해 당신만의 결론을 내려보길 추천한다. 끝나지 않는 질문, 그것이 ‘곡성’의 진짜 매력이다.